2012년 01월 04일
나비 사자

새해 벽두부터 책이 나왔습니다.
무려 2년 전에 번역해서 넘긴 책.
실화인 줄 알았는데 끝에 가서야 픽션이란 걸 깨달은 책.
추억의 아름다움에 대한 책.
좋은 소설입니다.
아동도서지만 어른들의 가슴도 따뜻하게 해줄 이야기입니다.
담당 편집자가 실수로 역자 프로필을 넣지 않는 바람에
제게는 역자 소개가 없는 최초의 책이 되었습니다.
뭐, 표지에 역자 이름도 있고 뒤에 옮긴이의 말도 있으니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데
편집자는 무지 미안해 하네요.
2쇄부터는 넣겠다고 하는데 과연 2쇄가 나올까...
옮긴이의 말을 여기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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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추억. 사람은 누구나 그런 추억을 한두 가지는 가슴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즐거운 여행, 외국으로 이민 간 단짝 친구,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 또는 애지중지 키우다 멀리 떠나보낸 강아지 등등. 그런 추억들은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이제는 흐릿해진 과거의 이정표 노릇을 해준답니다. 이따금 삶이 힘겨울 때면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기도 하지요. 어쩌면 추억은 현재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인지도 모릅니다. 가끔 우리는 서로의 추억을 나누면서 친구나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추억이 우리의 삶에 다시 찾아오는 일은 드물어요. 그저 오래된 앨범을 들춰보듯 마음 한 구석에 향기롭게 남아 있죠. 그래서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답다는 말도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버티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살던 어린 시절, 버티는 어미를 잃고 고아가 된 하얀 아기 사자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집에 데려와 함께 살며 친구가 되죠. 하지만 결국 하얀 사자는 서커스단에 팔려가 멀리 프랑스로 떠나게 되고, 슬픔에 잠긴 버티는 언젠가 반드시 하얀 사자를 다시 만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제 하얀 사자는 버티의 추억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버티는 하얀 사자를 잊지 않습니다.
추억이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군인이 된 버티는 전쟁터에서 하얀 사자를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영웅이 되어 하얀 사자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오죠. 평생토록 그리워했던 둘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입니다. 어쩌면 단짝이었던 버티와 사자의 우정이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우정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푸른 언덕에 새겨진, 영원히 변치 않는 하얀 사자처럼.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품었던 사랑과 우정, 그리움이 그 추억 속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추억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우리가 비슷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기 때문이죠. 버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아마도 그런 추억의 힘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추억을 있는 그래도 믿고 싶은 간절한 바람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여러분 자신의 추억을 마음속에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가슴 한가운데 손을 얹어보세요. 손바닥이 따뜻해져 오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추억은 여전히 가슴속에 살아 있는 겁니다.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하얀 사자처럼 말이에요.
이 원 경
# by | 2012/01/04 12:04 | 오즈의 번역서 | 트랙백 | 덧글(0)





